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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그릇 같은 사랑 그리고 만남(13회 홈커밍행사 후기) > 행사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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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종구 등록일 2009-06-03 16:00 조회 141 회
제목 질그릇 같은 사랑 그리고 만남(13회 홈커밍행사 후기) 댓글 1 건
김종구 06-03 16:00
질그릇 같은 사랑 그리고 만남(13회 홈커밍행사 후기)
내용
"선물 너무 맘에 들어. 고마워. 내가 누군지 모르지?"

 

메세지가 진동으로 울려 읽어보니 발신 번호가 모르는 번호다. 글쎄 혹시 집사람이 보면 오해 할까봐 서둘러 지워 버렸다.

지우고 난 다음 자꾸 머리속에 생각이 남는다. 이이고 이 바보야 어제 친구들중에 하나지 누구 겠냐고요.

이렇게 도둑이 제발 저린듯 간댕이가 콩알만해서 어찌 이 험한 세상을 잘 살아 갈까요. 참말로 한심한 꼴이라니...

 

현철이와 친구들에게 선물을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나의 결론은 멋진 고급 도기세트를 하도록 마음을 정하고 현철이에게 말해주었다. 사실은 올해 결혼 20주년으로 와이프에게 도혼식(陶婚式)의 의미를 새겨 질그릇같은 투박한 정으로 삶을 살아온 결혼 생활을 기억하여 다기를 준비했었던 상상을 하면서 우리 친구들을 다시 20년만에 만나면서 그 동안의 정을 다시 질그릇에 담고 싶었다.


"기숙사에는 500명을 기숙할 수 있고, 강의실은 완전히 호텔 수준이고 저 벽걸이 TV는 강의칠판용도로 판서까지 가능합니다. 여러분 상상도 못 했죠?" 김기원 의전원장님은 평소보다 더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본과 1학년 겨울방학에 약리학 교실에서 수 없는 쥐의 처형을 감행하면서 선생님과 끙끙대었던 시간이 떠오른다. 참 따뜻하신 분이었는데 벌써 이전이면 학장님인데 그렇게 높은 자리에 오르셔서 우리를 맞이 하셨다.

 

강의실 뒷편에 자리했던 잔디밭은 명의정으로 아담한 연못과 울창한 숲으로 모습이 바꿔져 있었다.

세기의 전위예술? "잔디밭의 SEX"는 영원히 우리의 기억속에 묻어 두어야만 했다. 본과1학년때 잔디를 그을려 S.E.X.라는 글자를 새겨 놓고 다음날 선배들에게 뒤지게 얻어맞은 사건을 말한다. 처음으로 우리 동기부터 새로운 금암동 의과대학에서 공부하기 시작했고 정말 횡하니 산을 깍아놓은 황토 들판에 건물 두 동만 덩그러니 있고 그 가운데 겨우 조경한다고 깔아놓은 잔디였기때문에 관리하는 분들에게는 소중하고 그중에 볼품있었다면 그 잔디밭 하나 였는데 그 곳에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문자가 시꺼멓게 그을린 모습이 보였으니 교수님들의 충격이 얼마나 컷을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시절 숨막힐듯 조여오는 생활속에서 젊은 시절 우리의 반항적인 외침이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학교의 모습은 변했을지라도 우리의 추억은 그 자리에서 지금도 고스라니 숨쉬고 있었다. 아니 영원히 우리의 마음속에서 살아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기념식수를 마치고 행사 준비를 점검하기위해 우리는 서둘러 리베라로 향했다.

 

"에... 한가지 지난 얘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에.. 그러니까 안진섭이가 레지던트1년차로 있을때 추석명절이었습니다. 너는 명절연휴동안 절대로 병원안에서 킾하고 있어야 한다. 알겠나? 하고 말하고 성묘를 다녀 오는데 김제쪽을 지나서 오는데 눈에 익은 사람이 길 옆에 있어 바라보니 아니 바로 안진섭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제 차에 태우고 대려와 크게 혼냈습니다." 입담이 거칠고 그 키를 훌쩍뛰어넘는 위트와 유머를 마치 자신의 표상으로 생각하시는 박영경선생님의 거침없는 말씀은 마이크를 타고 쩌렁 쩌렁울리면서 행사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홍당무로 달궈진 진섭이의 얼굴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은사님들과 동기들은 배꼽이 빠져라고 웃다가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습니다.

"에.. 그래서 말인데 그 당시 혼내고 그랬던것을 이 자리를 통해서 미안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와... 하고 모든 사람들은 감동의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파파 스머프(박교수님의 애칭)가 역시 멋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상상할 수 없었던 다른면을 은사님들과 함께하면서 느낄 수 있는 교감과 정이 이렇게 깊고 진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새롭게 느끼면서 홈커밍데이가 아니면 평생 경험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식적인 1부 행사는  김대용이가 대표로 장학금 7천만원을 총동창회장 조병춘선배님에게 전달하였고 축하 케익컷팅과 강성귀교수님의 건배제의로 큰 과오없이 마무리 되었다. 항상 행사라는것이 중간에 한 번정도 마이크 파워링나고 진행보조자들이 안절부절 뛰어다니는 모습을 치르고 나서야 적당히 종료되는 급에 비하면 만족할만 했다. 이번 행사는 공식적이고 틀에 밖힌 행사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함께하신 은사님들 모든 분들의 덕담을 듣는 시간이었다. 선생님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는 시간은 다시금 선생과 제자로 돌아가 이제는 의학이 아닌 인생과 삶을 주제로한  짧은 강론이되었고 그 말씀은 우리들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드는 감동의 물결 이었다.

역시 은사님들의 제자 사랑은 끝이 없는 사랑이요. 우리 제자들에게는 오아시스처럼 마르지 않는 샘물이리라...

 

기념촬영 하면서 위하여를 외친 깃수는 아마도 우리 전북의대 13회 밖에 없었으리라... 전북대학의학전문대학원과 우리 13회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3개월동안 준비해서 현악2중주들 들려준 순기와 병춘이, 리처드 기어를 닮아가는 철용이, 소아들을 상대해서 젊어졌나 우리보다 나이 한참 많은데 더 어려 보였던 기현이형, 아직도 수악한 사투리로 "너그덜 잘 있었냐?"라고 말하던 정일이, 멋쟁이로 변신한 김진섭, 용인에서 찾아온 철인 최대호선생, 영고출신인 재현이 영현이, 명원이는 안 왔냐고 묻는 창용이, 항상 듬직한 동수와 강성호, 항상 멋진 신사처럼 살인미소날리는 제윤이, 털보 미남에 멋쟁이 강정수,  자타가 공인한 조용한 황을아, 이쁘고 아름답고 아직도 처녀같은 여전사들 백해정 김난경 조수영 신감진 손효진, 환하게 웃던 근영이,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인 찬종이, 고민하다 인제 왔는데 괜찮냐고 묻던 은균이, 우리 깃수 골프 천재들 명호, 상훈이, 관재, 경인지역 대표 국철규, 다음날 골프에서 270미터를 날리고 롱지먹은 김상훈, 내과 같은 친구인 명성이와 영승이 경생이, 송골매(송천동 골프 매니아)일원인 기연이 윤성이 장인수,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중인 염정호 문우성 김정렬 이흥범, 참 상용이가 안왔네요. 무슨일이 있었으리라. 그는 인턴때 나와 앞 뒤로 항상 내가 인수 인계를 해줬던 친구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사랑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멀리서 와준 항상 웃는 얼굴의 안과전문의 영호, 엘도라도 리더 오복현, 히말라야 트래킹을 멋지게 소개한 영상이, 1부행사 진행과 20년전 졸업사진을 준비해준 김원교수, 3개월전부터 매주 수요일 마주앉아 함께 준비해준 안진섭원장, 유창이, 진영이, 현철이 잡일에서부터 모든 것을 뒷처리해준 양총무......

우리 모두는 영원한 친구다. 불가피한 연유로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도 그리고 지역사회의 건강과 보건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자랑스런 의료인으로 이 자리에 함께한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긍게 말여 누구는 꼴리게 혀주고, 나는 매급시 뭐 벌칙이다냐 뭔가 뽑으라고 혀가지고 맨날 독헌 술만 처멕이는 것이 뭔 경우여? 도대채 나만 가꼬 왜 그러능겨?"

모두들 웃느라고 배꼽을 쥐고 펄펄 뛰고 있었다. 정렬이는 사회자가 다른 여학생과 포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 것을 다 보고 있다가 정렬이가 유수일을 지목해서 저도 한 번 뭐 하겠다고 무대로 자신있게 나갔던 수일이 였었다. 아 그런데 수일이는 나오자 마자 연거푸 2잔을 마시라고 하더니 벌칙을 뽑으라고 했는데 뽑은 것이 또 3잔 마시는 벌칙을 뽑았던 것이다. 수일이는 아직도 구수한 사투리가 그대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왜 유수일씨를 지목하신거죠?" 여 사회자의 질문이었다. 정렬이가 수일이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를 알려고 했던 질문이었다.

"아이 긍게 가 밖에 없당게요" "아니 그러니까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닙니까? 말씀해주시죠?"

"내 평생 살다가 그런 놈은 다시 본적이 없습니다."

수일이의 입담은 아직도 화약기가 전혀 떨어진 포가 아니었다. 학창시절 말 잘하고 유머가 좋으면 포쟁이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가까이 자주 화약냄새 못 맛는것이 아쉬울 뿐이다.

 

시간은 10시로 다가오면서 사회자는 마감을 서둘렀다.

모두 손에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노사연의 만남을 불렀다.

 

아 만남은 어쩌란 말인가 6년을 동고동락했던 만남의 인연이 지금 20년을 흘려 보내고 다시 만나는 인연인데 앞으로 영원히 함께할 인연으로 이어지는 만남이 아니던가. 우리는 나를 선두로 옆으로 돌면서 뒷사람은 나를 따라오면서 한 사람 한 사람 빠짐없이 뜨거운 만남의 포옹을 하였다. 너무나 고맙고 행복했고 영원히 함께 하자는 포옹이었다. 눈물을 훔치는 친구도 있었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어금니를 굳게 물고 포옹하는 친구도 있었고, 여학생과 포옹이 너무 길어 지연되는 포옹도 있었다.

마지막 포옹은 왜 우리가 이 자리를 위해 준비 했었는지, 왜 우리가 이 자리에 와 있는지, 왜 우리가 친구인지, 왜 우리가 하나인지를 이해 할 수 있었던 단순 명쾌한 해답을 주었다.

 

우리는 영원한 친구인 것이다.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지만 헤어짐은 다시 만남을 위해 기꺼이 헤어지리라.

다시 만날 그 날까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한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그것은 우리의 바램 이었어.......
[이 게시물은 동문지기님에 의해 2009-06-04 14:38:08 게시판에서 복사 됨]
김종구

우리 13회의 행사를 위해 적극 협조해주신 총동창회 회장님과 임원진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오기수 사무총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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